영화 속으로 들어간 소년, 라스트 액션 히어로
이 영화는 좀 특이한 이력을 가진 작품이에요. 개봉 당시에는 흥행에 실패했다고 알려졌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은근히 재평가받는 케이스거든요. 저도 처음엔 그냥 슈워제네거 액션물인 줄 알고 봤는데, 알고 보니 액션 영화의 클리셰를 대놓고 비트는 자기풍자 코미디더라고요. 액션 영화를 정말 많이 본 사람일수록 웃음 포인트를 더 많이 잡아낼 수 있는, 그런 영화예요. 감독이 다이 하드와 프레데터를 만든 존 맥티어넌이라는 걸 알고 나니까 이 영화가 왜 이런 방향을 택했는지 좀 이해가 가더라고요. 액션의 문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그걸 스스로 비틀어본 셈이니까요.
어떤 영화냐면
1993년에 나온 미국 판타지 액션 코미디예요. 감독은 존 맥티어넌이고, 각본에는 데드풀 시리즈로도 유명한 셰인 블랙이 참여했어요. 주연은 아놀드 슈워제네거, 그리고 영화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소년 대니 역에는 오스틴 오브라이언이 나와요. 악역으로는 찰스 댄스가 나오고, 앤서니 퀸 같은 노장 배우도 얼굴을 비쳐요. 우리나라에서는 1993년 여름에 '마지막 액션 히어로'라는 제목으로 개봉했어요. 제작비를 많이 들인 대작이었는데, 같은 해 개봉한 쥬라기 공원 같은 초대형 흥행작들과 맞붙으면서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해요. 북미 흥행 수익이 약 5천만 달러 정도였는데, 워낙 제작비가 컸던 탓에 당시엔 실패로 분류됐죠.
줄거리
영화를 정말 좋아하는 소년 대니는 잭 슬레이터라는 액션 히어로가 나오는 시리즈의 열혈 팬이에요. 잭 슬레이터는 물론 슈워제네거가 연기하는 극중극 속 캐릭터죠. 어느 날 대니는 나이 든 영사기사에게서 신비한 마법의 영화표를 받게 되는데, 그 표를 손에 쥔 채 잭 슬레이터의 새 영화를 보다가 그만 스크린 안으로 빨려 들어가 버려요. 영화 속 세계에 떨어진 대니는 자신의 영웅 잭 슬레이터를 실제로 만나게 되고, 함께 악당들과 맞서요. 그런데 이번엔 반대로 영화 속 악당(찰스 댄스)이 현실 세계로 빠져나오면서, 잭 슬레이터가 현실로 넘어와 싸우게 되는 상황까지 벌어집니다. 영화와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이야기예요.
좋았던 점
액션 영화의 클리셰를 유쾌하게 비트는 발상이 정말 신선해요. 예를 들면 악당이 주인공을 죽이기 전에 말을 너무 많이 하다가 오히려 당한다든가, 영화 속에서는 주인공이 절대 죽지 않는다는 법칙을 대놓고 설명한다든가 하는 식이죠. 액션 영화 팬이라면 이런 메타적인 농담들이 정말 재미있게 다가와요. 슈워제네거가 자기 자신을 패러디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고요. 자기가 쌓아온 액션 스타 이미지를 스스로 웃음거리로 삼는 여유가 느껴졌어요. 또 다양한 카메오 배우들이 곳곳에 등장해서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했어요.
아쉬운 점
방향성이 다소 애매하다는 게 이 영화의 약점이에요. 진지한 액션 대작을 기대한 관객에게는 너무 장난스럽고, 순수한 코미디를 기대한 관객에게는 액션 규모가 커서 어중간하게 느껴질 수 있거든요. 당시 흥행에 실패한 것도 이런 정체성의 모호함 때문이라는 평이 많아요. 그리고 러닝타임이 130분으로 좀 긴 편이라 후반부로 갈수록 늘어지는 느낌도 있어요. 메타적인 농담들도 액션 영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잘 와닿지 않을 수 있고요.
요약하면
개봉 당시엔 실패했지만 지금 보면 시대를 좀 앞서갔다 싶은 영화예요. 액션 영화의 문법을 잘 아는 사람이 그걸 유쾌하게 비틀어낸 자기풍자 코미디라, 90년대 액션물을 많이 본 관객일수록 더 즐겁게 볼 수 있어요. 진지한 액션을 원한다면 다른 슈워제네거 영화가 낫겠지만, 살짝 다른 결의 재미를 찾는다면 한 번쯤 챙겨볼 만한 숨은 재미가 있는 작품이에요.